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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하고 정확한

'생각하는 대로', 쉽지 않다

심장이 두꺼운, 쉽게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오래토록 되뇌이며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생각만큼 강해지지 못한 탓에 끊임없이 마음이 어지럽다. 가슴 중턱에 무거운 돌덩이 하나 얹어 있는 느낌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것 같아 조금은 두렵다. 신경쇠약에 시달리지 않는단 사실에 안도해야 하는 걸까.

정의로운 사람이 되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아니었기에, 그저 어느 날 골목길에 부딪치던 바람이 일깨워준 꿈이었기에 그런 걸까. 오히려 갈수록 무덤덤하고 냉소적으로 변해가는 기분이다. 모든 장면과 사람에게서 의미를 찾고 분석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냥 즐겁지 않으니까, 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막막하다. 이 감정을, 끊임없이 목구멍응 태우는 갈증을 해소할 길을 다른 누구에게서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더 힘들게 한다. 결국 어떤 문제든 그 해결책을 내가 찾아야 한다는 것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오로지 내가 해야한다는 것, 그래서 남에게 의지하면 안된다는 것은 나를 강하게 그러나 한없이 약하게만들었다.

"쉬운 길, 편한 길을 택해라"는 부모님 말씀대로 그랬다면, 나는 어떤 얼굴을 가진 사람이 됐을까...? 알고 싶은 것, 세상에 대한 호기심들을 간직만 한 채 그냥 제자리에 있었다면 오늘 내쉬는 한숨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웠을까...? 푸른 물속에서 아무 생각없이 호흡을 내뱉으며 물살을 가르던 오늘 아침이, 당분간은 내게 계속 필요할 것 같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