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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하고 정확한

In other words

기자가 되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요즘에는 내가 참 쉽게 생각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정의감보다는 세상의 변화를 믿어서 시작했고, 나름 쌓아온 자아랄까 내공이랄까 하는 면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대단한 직업이라기보다 그냥 '직업중 하나'란 느낌도 있었지만 이래저래 내게 잘 맞는 옷이라 믿었다.

근데 그 옷이,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상상만큼 단순하고 편하지 않다. 가격과 디자인에 별 신경쓰지 않았는데, 그 차이가 크고 나도 그걸 의식하고 있다.

단지 기자가 되는 게 목표가 아니다. 하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의 몫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기에 너무 큰 그림만 생각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또 그래서 더 고민하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은데, 내 생각과 기대보다 더 큰 선명함을 요구한다. 정체되지 않고 유연하고 싶었는데 어정쩡해 보이나 보다. 내 깜냥이 고작 그 정도여서 일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나는 기자가 되고 싶고,
세상의 변화를 믿는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재미있어하고
또 의미있을 일이란 걸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어떤 면에선 순진했던 것 같다. 경계에 서고 싶었던 맘은 지금 현재를 뛰어넘을 만큼 자라지 못했고 아직 설익은 채로 있다. 지금 내겐 어찌보면 당연한 단계이겠지만, 그래서 내 색은 어정쩡하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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