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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하고 정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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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반복되는 몸싸움과 난장판. 그것이 절박감의 표현이든, 거수기의 상징이든 간에 한국 정치의 고질병임은 틀림없다.
물론 원인제공자는 여당, 그리고 VIP가 분명하다. 명분 없고, 논리도 부족한 강행처리를 이해할 수 없다. 이건 철저히 다수당 독재로 가겠다는 의지 표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공정한 사회'따위를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 공허한 말이 알맹이들로 채워지길 빌었다. 정쟁(政爭)이 넘치는 순간이 있었지만 논리와 합리로 맞서는 장면을 목격했기에, 생각보다 괜찮구나 여겼는데. 물론 계수소위원 개개인들만을 탓할 수 없고, 지도부만 그리고 모두 MB 책임으로만 할 수 없다. 하지만 말과 말이 오가기보다 힘과 힘, 이익과 이익만 오가는 이 현장이 나는 구토가 난다.

 이성의 정치를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비이성의 정치는 거부한다. 문제는, 이 폭력사태가 제헌국회가 문을 연지 62년째인 올해도 변함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권 성향의 문제일까? 진보세력이 단 한 번도 집권하지 못했던 건 사실이지만, 잘 모르겠다. 단순히 한나라당이라서, 수구꼴통이라서 되풀이되는 일만은 아니지 않을까. 여야 구분을 떠나 힘과 가까워진다는 것은 사람의 시야를 좁히고 때론 가려버린다. 시스템이, 문화가, 풍토가 바뀌지 않는 이상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처음 하는 얘기도 아닌데, 왜 변하지 않는 걸까. 변화를 오지 못하게 막고 있는 걸까, 아니면 변화는 오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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