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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몇 가지/휩쓸리기보다는

한미FTA 의료부문 관련 -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인터뷰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8575


-정부는 한미 FTA로 공공정책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얘기한다. ISD에 대해서도, ISD는 공공정책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 하는데.

“일단 ‘ISD가 공공정책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라고 하는데, 그거야말로 거짓말이다. ISD 자체가 국가의 정책을 대상으로 기업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다. 국가가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게 공공정책 말고 뭐가 있나. ISD는 공공정책의 예외가 아니라 완전히 반대로 공공정책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다.

실제로 보건정책 환경정책들은 다 ISD의 대상이 됐다. (정부는) 다 예외라고 하는데, 수용보상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일례로 미국의 에틸(Ethyl)이라는 회사가 망간이 섞인 휘발유 첨가제를 팔았다. 그런데 캐나다 정부가 이 물질이 아이들의 지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보고 판매를 금지 시켰다. 그랬더니 이건 영업이익 침해다, 왜 허가를 해주고 금지하느냐 해서 결국은 캐나다 정부가 허용하게 됐다. 캐나다 정부는 사전예방조치 때문에 금지한 거지 막상 정말로 증명하라고 하면 증명하기 어렵다. 입증 책임이 소송을 거는 쪽에 있는 게 아니라 당하는 쪽에 있다. 국가가 입증해야 한다. 보건정책, 환경정책. 대표적인 공공정책 아닌가. 다 ISD의 대상이 됐다. ISD야 말로 공공정책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 동아일보 11월 3일자 4면.
공공정책이 한미 FTA의 예외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모든 공공정책은 다 예외로 해 놨다, 미래유보로 해놨다고 말한다. 그런데 ‘수용 및 보상(수용보상)’과 ‘최소기준대우’에는 다 포함이 된다. 하나도 빠짐없이 다 포함된다. 이 두 가지로 ISD로 제소되는 게 80%가 넘는다. 예를 들어 정부가 수도나 가스는 전체를 미래유보로 해 놨다. 한국 정부가 되돌릴 수 있다. 그렇지만 만약 되돌리려면 수용보상을 해줘야 한다. 수도를 민영화했다고 하자. 보통 30년 단위로 계약을 하게 되는데, 5년 정도 해보니 수도요금이 오른다. 그래서 정부가 다시 국유화하겠다고 할 수는 있다. 다만 남은 계약 기간에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정부가 보상해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수용보상을 하는 게 나을지, 민영화를 그대로 두는 게 나을지 하는 문제가 생긴다. 한국(법)에서는 적절한 보상을 하면 그만이지만, 한미 FTA에서는 간접수용의 원칙에 따라 앞으로의 이득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야 한다. 전기처럼 현재유보로 되어 있으면 ‘래칫(역진방지조항)’ 때문에 아예 되돌릴 수도 없다.”

-의료부분은 어떤가. 정부는 약값이 오르고 영리병원이 확산돼 병원비가 오른다는 등의 우려를 ‘괴담’이라고 치부하는데.

“미국은 약값이 가장 비싼 나라다. 유럽의 1.5배가량 된다. 1년에 약 하나를 1조원어치 팔면 ‘블록버스터’라고 부른다. 특허를 1년 연장하면 1조원을 버는 거다. (한국에 도입되는) 허가특허연계제도에 (제약회사들이) 목숨을 거는 거다. 여기에 따르면, 특허를 침해당했다고 제약회사가 소송만 내면 복제약 제조가 자동 금지 된다. 특허가 침해 됐다고 판결이 난 뒤에 금지 되는 게 아니라, 침해당했다고 소송을 내는 즉시 복제약 제조가 금지되니까 사실상 특허가 연장되는 효과를 지닌다. 미국은 워낙 연장이 많아서 30개월로 제한해놨고, 한국은 1년으로 해놨다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약값이 오른다. 정확하게 말해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돈을 더 벌지만 환자들이 돈을 더 내거나 아니면 건강보험에서 더 내야 하는 거다. 이렇게 국민의 돈과 건강보험 재정을 털어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에 갖다 바치는 게 한미 FTA다.

게다가 미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이 없는 거의 유일한 나라기 때문에 약값을 정부가 결정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민영보험회사하고 제약회사하고 약값을 정한다. 한국에선 약값을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이 정한다. 그런데 한국에 이번에 ‘독립적검토기구’라는 게 도입된다. 정부는 여기에 들어갈 수 없고,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도 못 들어간다. 미국은 제약회사가 여기에 들어가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마 (제약회사가) 들어가게 될 거다. 한국이 처음이다. 호주가 가장 유사한 경우인데, 호주는 독립적검토‘절차’라고만 되어 있는데, 한국은 ‘인디펜던트 리뷰 바디(기구)’ 라고 돼 있다. 약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건강보험료는 올라가고, 건강보험 재정이 나가는 거고, 환자 부담이 늘어나는 거다.

호주 정부가 미-호주FTA에 포함된 의약품 관련 조항의 효과가 완전히 발생하면 1년에 30%의 추가부담이 예상된다고 예상했었다. 말이 30%지, 약값의 30%가 뛴다고 생각해봐라. 물론 당장은 30%가 뛰진 않을 거다. 한미 FTA 집회에서 내건 슬로건 중에 ‘우리의 미래를 거래하지 말라’는 게 있던데, 맞는 애기다.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앞으로 그렇게 될 거다.

   
▲ "우리의 미래를 거래하지 마라" ⓒ허완 기자
영리병원도 마찬가지다. 의료제도는 한미 FTA의 예외라고 했는데, 건강보험재정의 30%가 약값으로 나간다. 근데 어떻게 의료와 한미 FTA가 상관이 없나. 완전히 거짓말이다. 협정문 제5장이 의약품 얘기다.

미래유보 조항에 ‘한국의 보건의료서비스는 한국이 결정권을 갖는다. 단,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과 약국은 예외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미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과 약국은 래칫에 걸려서 취소할 수 없게 된다. 여기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 지금 단순 맹장염이 170여만 원, 복잡 맹장염이 대학병원에서 210여만 원 한다. 시민들은 건강보험 적용해서 3-40만원을 (치료비로) 지불한다. 영리병원은 다 1인실 병실이고 건강보험 적용 안 된다. 이 병원들은 치료비를 네 배쯤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170-210만원에서 곱하기 4내지 7을 해야 한다. 최소 네 배로 친다고 하더라도 800만원 900만원 금방 나온다. 괴담이 아니다.

그럼 누가 거길 가겠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VIP 보험’이 생길 거다. 그 병원에 가기 위해서 평소에 얼마씩 돈을 내는 거다. 이 사람들은 나는 VIP 보험에 들었고, 그 영리병원에 가는데 왜 내가 가지도 않은 건강보험에 돈을 내야 하느냐 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원적 의료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 문제는 영리병원이 경제자유구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경제자유구역이 이미 6개인데 또 늘어났다. 한미 FTA 체결할 땐 3개였는데, 지금은 제주도까지 해서 7개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거다. 충북하고 강원도가 빠져 있는데, 정부가 ‘3차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한다고 3곳을 늘린다고 이미 계획하고 있다. 계속 늘어나면 이 자체로 전국화가 되고, 더 안 늘어난다 하더라도 전국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경제자유구역 바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의료와 교육의 특징이다. 민족사관고등학교 등록금이 올라가면 영월군 정선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고 전국의 모든 사립고에 다 영향을 미친다. 의료도 마찬가지로 한 군데서 올리면 뱀파이어 효과, 또는 파급효과라고 부르는 게 있어서 전국의 사립병원 의료비도 덩달아 올라간다. 이미 다 증명된 얘기다. 우린 왜 저렇게 못 받느냐, 역차별 아니냐라는 식으로 문제가 된다. 의료비가 당장 폭등하진 않겠지만 미래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중앙일보 11월 1일자 3면.
심지어는 어디까지 걸릴 수 있냐면 금융부문의 보험상품까지 수용보상에 걸릴 수가 있다. 민영보험회사에서 암보험도 팔고, 중대생명보험, 실손형보험도 판다. 그런데 최근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공약하는 게 복지공약 아닌가. 그 복지 공약에서 대표적인 게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거다. 암 걸리거나 중병에 걸려도 1년에 백만 원만 내게 해주겠다는 게 시민단체 등의 주장이다. 그런데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 사람들이 민간 암보험에 들겠나. 있는 것도 빼지 않겠나. 그러면 보험회사들이 왜 우리의 영업이익을 침해하느냐고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조처 자체에 대해 수용보상으로 ISD를 걸 수 있다. 정부에서는 건강보험도 예외라고 하는데, 미래유보는 되어 있지만 수용보상에서는 빠져 있다는 점이 문제다. 민영보험 규제 못한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미국의 ‘센츄리온’이라는 영리병원 기업 하나가 캐나다의 연방보건법이 자신의 영업이익을 침해한다고 ISD를 걸었다. 캐나다 연방보건법에 의하면,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이고 무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캐나다 정부가 정한 의료비 외에 환자한테 별도의 돈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센츄리온사이) 그게 영업이익을 침해한다고 2009년에 ISD를 이용해 소송을 걸었다. 문제는 이게 한국의 건강보험당연지정제도랑 똑같다는 거다. 한국의 건강보험당연지정제도는 전국의 의료행위에 대해서 똑같은 가격을 매기는 제도다. 그게 가장 큰 기능이다. 더 받을 수가 없다. 돈을 더 받으면 위반이다. 바로 그게 건강보험당연지정제도인데, ‘우리는 돈 더 받을래’ 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영리병원의 영업이익을 침해한다고 ISD에 제소 당했다는 거다. ISD는 걸면 걸린다. 자동 동의조항이 있다. 94년 나프타 이전의 ISD에는 자동동의조항이 없었다. 지금의 ISD에 따르면, 국가는 무조건 (소송에) 응해야 한다.

근데 그렇게 되면 연금은 안 걸리겠나. 공적연금 강화하면 당장 민영 보험회사에서 하는 연금보험이 걸릴 텐데. 복지를 강화할 때마다 한미 FTA의 시각으로 보면 다 이게 공공보험하고 시장이 경쟁하는 분야가 된다. 복지의 시각으로 보면 복지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지만, 한미 FTA 시작으로 보면 이게 다 기업의 영업 이익을 침해하는 거다.

이게 문제가 되냐 안 되냐를 따져야 한다는 거다. 수용보상에 걸리는지 안 걸리는지 끊임없이 따져야 한다는 게 한국의 앞날에 드리운 미래다. 이렇게 되면 미국 보험회사만 이익이 아니라 한국 보험회사들도 이득이다. 한국 재벌 중에 보험회사를 안 가진 곳이 어디 있나. 이런 보험회사들 전체가 다 이득을 보기 때문에 전경련, 경총은 한미 FTA 찬성이다. 미국에 반도체 수출하는 건 이미 관세가 없다. 자동차 수출 늘어난다? 관세가 떨어지긴 하겠지만, 현지생산이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말하자면, 그걸로 얻는 이득보다 한국의 규제완화로 한국에서 얻는 이득이 크기 때문에 한국의 재벌과 기업들이 한미 FTA에 찬성하는 거다. 이 때문에 99%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1%의 한미 FTA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다. 미국의 대기업,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미국의 재벌과 한국의 재벌들을 위한 것이라는 거다. 한국 정부가 계속 국익을 얘기하는데, 그 때의 국익은 누구의 이익인가. 우리의 이익, 미국의 이익을 얘기할 때 그 우리가 도대체 누구냐는 거다. 그건 1%를 말한다는 거다. 서비스경쟁력 강화한다고 하면서 영세상인들 다 몰락하게 하고, 공공요금 오르고, 공기업은 민영화되고 의료비 오르고 약값 오르고 복지강화는 힘들어지고. 사회공공 정책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침해한다고 ISD로 문제가 되고. 한꺼번에 모든 것이 다 무력화된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굉장히 기업에게 유리한 조건이 들어온다는 건 확실하다. 이게 비준된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중략)...

-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다. 언론이 검증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있는데.

“흔히 ‘경마식 보도’라고 하는 보도도 물론 필요하다. 민주당의 협상파와 강경파의 대립, 한나라당 협상파와 강경파의 대립, 뭐 이런 식의 정치기사들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그야말로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한미 FTA가 뭔지를 알아야 왜 협상을 하고 왜 누구는 반대하는 건지 국민들이 알 텐데 그런 보도가 없다. 이른바 보수 언론들은 한미 FTA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완전히 괴담으로 치부를 하고 있다. 언론이라면 반대주장도 객관적으로는 보도해야 할 것 아닌가. 국민들이 이게 뭔지를 알아야 찬성하고 반대할 것 아닌가. 언론이라면 기본적으로 시민들에게 판단기준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워낙 광범위한 분야여서 그렇다고 판단하지만, 공공요금 인상, 의료, 환경, ISD, 이런 중요분야조차도 사실상 다 다루지 않고 있다. 안타깝다.

 
▲ 조선일보 11월 4일자 5면.
 한미 FTA 자체 내용에 대해서 좀 더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한미 FTA가 한국에 미칠 영향, 한국의 여러 제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원가 넓은 분야이긴 하지만 분야별로 심층적인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찬성 반대 의견에 대해서 심층적인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워낙 분야가 많아서 저런 것도 있었냐고 할 정도다. 예를 들어, 한국에 환경독성물질이 얼마나 도입되는지에 대해 법의학자들, 독성물질 연구자들, 화학자들, 의학자들, 생물학자들, 법학자들이 다 모여서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야 한다. 환경문제를 빼먹었는데, 자동차 배기가스가 한국의 환경기준에 안 맞아도 미국차를 수입하게 해 놨다. 이 배기가스가 한국인의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해서 충분히 토론해야 하지 않나.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다 놓치고 있다. 그야말로 다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