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중요한 사회에서 살아가며 신경써야 할 것 중 하나는 머리모양이다.
타인의 시선이 신경쓰여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하기 위해서도, 이따금 미용실에 가는 일은 필요하다. 그래서 추석 즈음에 파마를 했고, 점점 풀려가는 웨이브를 재생하기 위해 미용실에 다녀왔다.
"머리가 많이 상하셨네요, 헤어 제품은 쓰시죠?"
"크리닉 좀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머리모양만 중요한 게 아니다. 관리를 안 하면 안 된다는 헤어 디자이너의 얘기를 듣다보면 주눅이 들기도 한다. 왜 나는 매일 헤어 에센스도 안 바르고, 트리트먼트조차 안 하는 무심한 여성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에.
이 감정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중간 중간 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미용실에 비치된 잡지를 읽다 보면, 왜 나는 제대로 피부 관리도 못하고 최신 트렌드에 맞춰 옷을 입거나 화장을 할 줄 모르는 뒤쳐진 여성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나한테 중요한 일은 아닐 뿐더러, 별 상관 없는 일인데 이 순간만은 '음, 신경 좀 써야 하나'란 생각도 든다.
결국 어느 곳을 가나 날 유혹하는 목소리는 "그러니까 '소비'하세요"란 속삭임이다. 머리에 무심한 여성이지 않으려면 헤어 에센스도 사야하고 트리트먼트 제품도 구비해야 한다. '잇걸'은 못 되도 겉모양새 때문에 손해보지 않으려면 적당히 깔끔하고 체형에 맞는 옷, 몇가지 소소한 유행 아이템은 갖춰야 한다. 그러니까 돈을 써야 한다. 소비를 해야 한다.
어쨌든 나는 오늘 머리를 했고, 모처럼 '머리에 신경 쓴 여성'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웃돈을 주고 '헤어 크리닉'도 했다. "9만원입니다"란 말을 들으며 체크카드를 꺼내는 마음은 상당히 불편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