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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

[서초동일기] 20151127 내가 날렵했을 때 내 몸은 날렵했다. 어제 오후, 나는 이 과거형 문장을 다시 확인했다. 서울고법 306호 법정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온 사람들이 가득했고, 비어있는 좌석은 없었다. 한 쪽 구석에 겨우 주저앉아 노트북을 펼쳤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마음먹었는데, 앞쪽으로 쏠린 몸의 중심을 잡기란 쉽지 않았다. 10여분 뒤 법원청사 2층 현관쪽에서 쪼그린 채 KTX 해고승무원노조 지부장의 말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음 먹은 대로 움직이는 몸'은 당분간은 과거형인데도, 최대한 용썼던 이유는 KTX 해고승무원들의 판결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이날 법원은 그들이 한국철도공사 소속임을 확인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사실상 마지막 판결을 내놨다. 원고 패소라는. 이미 몇 달 전 대법원이 같은 취.. 더보기
우리는 미디어 엘리트입니까 우리는 사실을 신봉하고 풍자와 추측, 과장, 비논리의 천적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원하는 이야기들만 내놓을 준비를 하는 레스토랑 종업원이 아닙니다. 사실만 늘어놓는 컴퓨터도 아닙니다. 뉴스는 오직 인간성이라는 맥락 안에서 유의미하기 때문이죠. 앞으로 저는 제 견해를 감추려고 하지 않겠습니다. 또 여러분에게 저와 다른 생각들을 전달하기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겁니다.We’ll be the champion of facts and the mortal enemy of innuendo, speculation, hyperbole and nonsense. We’re not waiters in a restaurant, serving you the stories you asked for, just the way .. 더보기
기억보다 망각이 힘세다 역사는 기억 대 기억의 싸움이다. 이긴 자와 산 자의 운명만큼 어떤 기억은 선명하게 살아남고, 어떤 기억은 깨끗이 지워진다. 후자가 되살아는 길은 또 다른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뿐이다. 제주 4·3과 광주민주화운동이 그랬다. 남의 손을 빌리긴 했지만 일제강점기에서 해방하지 않았다면 "알려줘야지, 우리는 계속 싸우고 있다고"라는 현실 속 안옥윤의 말은 누군가의 귓가에만 남았을 테고. 역사를 권력투쟁의 대상에서 역사 그 자체로 만드는 방법이 있긴 하다. 다양한 관점의 제시다. 물론 여기에도 오류 가능성은 존재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다. 하나의 책이 제시하는 하나의 관점을 온전한 것으로 받아들일 때가 많다. 그러나 '한 놈만' 믿고 사는 누군가가 새로운 관점을 갖게될 가능성 역시 저버릴 수는 없기에.. 더보기